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ETF 투자, 3개월 후의 현실

2025. 5. 16. 00:35재테크

1. ETF 입문자의 착각 – ‘안정성과 쉬운 수익’이라는 오해

나는 단순한 호기심과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ETF 투자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ETF는 개별 종목보다 안정적이며, 장기 보유만 하면 결국 수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TIGER 미국테크TOP10’, ‘KODEX 2차전지산업’, ‘QQQ’ 등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종목을 그대로 따라 샀다. 그때 나는 ETF가 단순히 ‘분산투자된 안전한 종목’이라는 이미지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사실 ETF도 결국 주식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며, 시장이 흔들리면 ETF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특정 산업에 집중된 테마형 ETF는 개별 종목과 비슷한 수준의 변동성을 갖는다. 나는 분산이라는 이름만 믿고,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금을 넣었고, 처음부터 투자 구조와 시장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진입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특히 ETF를 구매할 때 사람들이 말하는 ‘장기 보유’는 결국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었다. 3개월 동안 나는 계좌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볼 때마다 조급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손실을 회복하겠다는 생각보다 손실을 더 키우지 않으려는 공포가 앞섰다. 이처럼 ETF는 초보자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상품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믿고 접근하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ETF 투자, 3개월 후의 현실

 

 

2. 매일 출렁이는 수익률과 감정 소모 – 초보 투자자의 흔한 함정

ETF는 개별 종목을 모아 놓은 상품이지만, 결국 시장과 특정 섹터의 흐름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어플을 켜서 수익률을 확인하는 것이 되었고, 내 하루의 감정이 계좌에 찍힌 수익률에 따라 바뀌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3%가 보이면 불안감이 몰려왔고, 플러스 1%가 보이면 안도감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했다. 이처럼 수익률 변동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순간, 나는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 2차전지 관련 ETF는 시장의 뉴스나 정치적인 변수에 따라 수익률이 급격하게 출렁였다. 기업 실적 발표, 전기차 정책 변화, 해외 금리 인상 소식 하나만으로도 하루 사이에 5% 이상 등락하는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떨어지면 더 사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막상 자금이 묶이고 손실이 커지면 그렇게 쉽게 행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뿐 아니라, 감정 기복을 제어할 수 있는 멘탈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아무런 준비 없이 ETF에 진입한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손실을 받아들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3.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 – 수수료, 세금, 환율에 무지했던 대가

ETF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해외 ETF를 매수한 경우에는 ‘수수료’와 ‘세금’, 그리고 ‘환율 변동’이라는 3중 구조의 함정이 존재한다. 나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QQQ와 VTI 같은 미국 ETF를 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환전 수수료와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신고의 번거로움을 겪게 됐다. 수익이 나도 세금으로 일정 부분이 빠져나가고, 환율 손실로 실질적인 수익이 줄어드는 일이 발생했다.

더구나 국내 ETF와 달리 해외 ETF는 세금 처리가 까다로워서, 연말 정산과 별개로 직접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나에게는 너무 복잡한 과정이었고, 뒤늦게 이를 정리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ETF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공부 없이 시작하면 수익은커녕, 관리조차 못하게 되는 투자가 될 수 있다. 투자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그래프만 믿고 시작했다가,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현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되었다.

 

4. 3개월 후, 수익은 없었지만 얻은 건 흔들리지 않는 기준

3개월이 지난 지금, 나의 ETF 계좌는 여전히 마이너스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은 없었고, 일부 종목은 손절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숫자 이상의 가치를 얻었다. 무엇보다도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기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아무리 누가 어떤 ETF가 좋다고 해도, 내가 직접 구조를 파악하고 투자 이유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절대 매수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ETF는 단순히 여러 종목을 묶은 상품이 아니라, 하나의 ‘시장 철학’을 담고 있는 포트폴리오다. 따라서 그 ETF가 추종하는 지수와 그 지수의 구성,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건 투자라기보다 도박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는 단기적인 시장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만 계좌를 점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또한 섹터형보다는 광범위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구성할 계획이다. 이번 경험은 돈을 잃었지만, 투자자로서의 기준과 방향성을 얻은 값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처럼 무지한 상태로 ETF 투자를 시작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투자는 정보가 아니라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것, 나는 그것을 3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